KBS뉴스 ‘인도 국기’ 쓰레기 취급 논란…중국 직원 파면 조치까지
입력 2017.04.04 (07:53)특파원리포트
"인도 국기를 쓰레기 취급한 중국 직원을 해고하라."
지난주 인도에서 벌어진 가장 뜨거운 논란은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중국 오포(OPPO)생산 공장의 휴업 사태였다. 인도 현지 공장에서 일하는 중국 관리직 직원이 '인도 국기'를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린 것이 추후에 발견돼 논란이 된 것이다.
인도 공장 직원들은 바로 들고 일어났다. 공장 옥상에서 인도 국기를 흔들면서 한동안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1주일 가까운 휴업사태로 이어졌다. 여기에는 인도인들이 갖고 있는 중국에 대한 반감도 밑바탕이 됐을 것으로 보이지만, 외국기업인이 최근 인도의 국민정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발생한 사태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기는 소중한 것’…쓰레기 취급 용서 못해
문제가 발생한 곳은 수도 델리에서 동쪽으로 1시간 반쯤 거리에 위치한 스마트폰 생산 공장. 이곳은 인도에 진출한 중국 업체의 생산 기지다. 인도에서 오포의 인지도는 꽤 높아지고 있다. 셀카 전용 스마트폰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중국에서도 후발 주자로 속하지만, 현재 인도에선 삼성과 다른 외국업체의 스마트폰을 맹추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 점유율이 최고치에 올랐을 때는 인도에서 2위까지 올랐고, 인도 국민 스포츠인 크리켓의 메인 스폰서 등을 맡으면서, 중국 업체인데도 불구하고 휴대폰에 대한 평가도 상승했다.
지난주 초, 이 공장의 중국 관리직 직원(이름은 아직까지 비공개)은 회의실 책상에 있는 인도 국기를 구겨서 쓰레기 통에 버렸다. 그런데 이것이 인도 직원들에 의해 발견됐고 노사간 문제로 불거졌다.
일차적인 원인은 인도인들의 국기 사랑을 무시한 처사에서 찾을수 있다. 인도에서는 종이에 인쇄된 국기를 폐기할 때 형태를 알아볼수 없게 잘게 찢거나 파쇄한 뒤 이를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법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국기를 소중히 생각하는 인도인들에게는 '불문률'이나 마찬가지다. 국기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채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렸다는 것은 중국 직원이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인도인들에게는 그 의미를 폄훼한 것으로 보일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인도인들은 공장 옥상을 점거하고 한동안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의 구호는 중국 관리직 직원을 해고할 것, 그리고 인도에서 떠나게 하라는 것이었다. 이후 임금과 처우 문제까지 이어졌다.
경찰까지 나서자…회사, 직원 파면 조치
사태가 커지자 인근 경찰이 투입됐다. 노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테이블이 있던 사무실 내 CCTV를 확보해서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 경찰 관계자는 사태의 민감성을 의식한 듯 "조사의 모든 세부 사항을 중국 오포사와는 공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문제가 된 직원에 대한 조치는 회사차원에서 시행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의 조사는 회사입장에서 큰 부담이 됐다. 결국 중국 오포사는 자체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로 직원에 대한 인사조치를 결정했다. 오포사는 최근 성명을 통해 "책임있는 자체 조사를 통해 해당직원은 정기적인 물품 재고확인 과정에 테이블 위에 국기를 치운 것 뿐"이라고 밝혔다. 또 회사측은 "이번 사태는 매우 유감이며 이번 실수는 개인의 문제이며 회사 입장을 대표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회사는 해당 직원을 파면 조치했으며,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게 했다고 발표했다. 개인의 신변 안전 문제 등으로 아직 직위나 자세한 인적사항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인도, 중국이 정성 쏟아야 하는 ‘거대 시장’
중국 회사가 이처럼 사태 초반에 유감 성명을 내고 직원을 인사조치한 이유는 명확하다. 인도 시장의 무궁무진한 가능성 때문이다. 자신의 영토 내에서는 외국회사에 대한 규제, 제약을 너무나 당연시하는 중국이지만, 스마트폰 제조사 입장에서 인도는 '최대 시장'이라고 할 만큼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급격히 성장하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을 겨냥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진출은 이미 4,5년 전부터 시작됐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인도 내 스마트폰 판매량은 2015년 기준 6760만 대로, 전년대비 24% 증가했다. 인도 내 스마트폰 보급률은 2015년 기준 약 39%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란 의미다.
유로모니터도 인도 스마트폰 시장이 2020년까지 연평균 8%의 성장을 거듭해 판매량이 2억520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시장 포화상태로 위기에 직면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인도 진출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급격하게 성장했던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량이 이제 한풀 걲였다는 점도 제조사입장에선 큰 문제다.
이에 따라 중국 업체들은 해외진출을 통해 활로를 모색해왔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주요 수요처인 북미, 유럽지역의 경우는 특허침해 문제로 진출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특허 관련 규제가 적고 상대적으로 저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된 인도를 화웨이, 샤오미, 비보, 오포 등 중국 업체들이 집중 공략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업체가 재빨리 위기대응 매뉴얼을 통해 직원에 대한 인사처리를 공개한 것은 역시 인도와 중국의 역사적 앙금에서 기인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인도와 중국은 전쟁까지 치른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업체, 중국인에 대한 인도 국민의 반감이 더 커질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셈이다.
<인도 진출 기업에게 주는 시사점은 >
오포 공장의 휴업사태와 중국 직원에 대한 징계 과정을 상세히 기사화한 인도 현지 신문들오포 공장의 휴업사태와 중국 직원에 대한 징계 과정을 상세히 기사화한 인도 현지 신문들
주인도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이번 오포공장 사태는 한국 기업에게는 여러가지 시사점을 준다고 밝혔다. 지방분권이 오랫동안 지속된 인도는 역사적으로 국가주의가 강조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국가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조치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인도에서는 영화 상영 전에 국가를 의무적으로 연주해야한다. 영화관에서 국기가 스크린에 나오는 동안 모든 관객은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법원 판결에 따른 조치였지만, 현 정부의 국가주의 확립을 위한 기조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또 외교부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인도의 국가주의가 강해지고 있는 징조"라고 분석했다. 결국 우리 기업과 교민들은 이번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도인의 국가적 자긍심을 자극하는 행위를 자제해야 하고, 상대국가의 국기, 국가 상징물에 대해선 정중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상식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때라는 점이다.
김종수
김종수 기자
http://news.kbs.co.kr/news/view.do?ncd=3457203&ref=A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