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눈으로 현대역사(歷史)를 ‘천사적 편집’ 하자!! - 역사학자 이인호 KBS 이사장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장이 '악마적 편집'과 '천사적 편집'이란 주제로 쓴 칼럼을 읽었다. 그 글은 행복감을 더 많이 느끼게 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지만,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 평가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다...
“세상에는 악마도 천사도 없고 자기다운 보람된 삶을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보통 사람들만이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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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대통령이 당시 시대상황을 꿰뚫는 남다른 통찰력이 있다고 했는데.
"공산주의 결함에 대한 통찰력이 특출했다. 러시아 혁명 후 지식인들 다수가 새로 탄생한 공산주의 체제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던 시기인 1923년, 이승만은 '공산당의 당(當), 부당(不當)'이라는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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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은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기 전에 과거 시험을 준비하면서 동양의 철학과 세계관을 체득했기 때문에 인간의 속성이나 정치제도를 연결해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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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은 민주적 절차를 무시했지만 안보와 민생문제를 해결했고,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은 각각 민주화를 실현하고 남북대화의 물꼬를 틈으로써 시대적 사명을 다했다. 어느 정부나 업적과 그에 따른 그늘이 있게 마련이다. 지도자들은 다 개인적인 장단점을 갖고 있었지만 모두 비범한 노력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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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같은 역사에 대한 이해 부족이 우리 사회의 갈등 원인이 된다고 보나.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의도적으로 갈등을 증폭시키는 세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역사에 대한 편견과 왜곡을 통해 고질화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자기와 입장이 다른 사람은 무조건 의도가 나쁜 사람으로 악마화한다. 또 그런 사람들을 굴복시키기 위해 거짓과 궤변을 동원하는 나쁜 관행이 성행하고 있다.
그 결과 지각 있는 많은 사람들이 주눅이 들어 자유롭게 발언하지 못하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다. 그런 풍토 때문에 여야 정치권의 관계도 서로를 죽이는 것이 목적인 전쟁처럼 되어가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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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교육을 받았고 공산주의 소련의 역사를 전공하면서 비교적 많은 문화를 접하며 살아왔다.
가장 큰 위안은 어느 한 사회에서 훌륭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사람은 다른 사회에서도 같은 평가를 받는다는 사실이다. 또 세속적 잣대로 성공한 사람들 대다수는 인품으로도 훌륭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고생은 사람을 큰 인물로 단련시키는 데 큰 몫을 한다는 말이 맞는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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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이사장은…
역사학계와 여성계의 원로. 서울대 문리대 재학 시절 미국 웰즐리대로 유학을 가 역사를 전공했다. 하버드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고려대와 서울대 교수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며 후학을 키워냈다.
이후 여성 대사 1호로 핀란드와 러시아에서 활동했고, 국제교류재단 이사장,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등을 지냈다.
러시아사 등 서양사를 전공했지만 세계사적인 관점에서 한국 현대사를 조명해왔다. 역사 문제를 비롯해 한국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소신 있게 견해를 밝혀왔다.
@프리미엄조선,
- 2015.1.3.(토) 조선일보, 기자 강인선 부장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1/02/20150102023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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